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9월은 유난히도 감성의 물결이 짙어지는 시기입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서늘한 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 우리는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사랑과 그리움, 자연과 시간의 흐름을 더 섬세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9월과 가을을 테마로 한 시들을 시인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각각의 시에 대한 감상과 시인의 프로필을 함께 담아 보았습니다.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이해인 수녀의 시에는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과 따뜻한 연민, 그리고 사랑과 용서가 녹아 있습니다. ‘9월의 기도’는 가을이라는 계절의 밝음과 평안을 간절히 기원하는 시로, 독자에게도 마음을 환히 여는 기도를 권합니다. ‘가을 편지 1’에서는 삶과 사람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이 돋보이며, 도토리 하나에도 마음의 성찰이 비춰집니다. 그녀의 시는 자연과 감정, 믿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갈한 영성의 언어입니다.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그대
사랑이란 어찌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안도현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삶을 강물에 비유하여 9월의 깊어가는 계절감을 그립니다. 이 시에서 강물은 단지 자연의 흐름이 아닌, 사랑과 나눔의 상징으로 재탄생합니다. ‘사랑이란 둘만의 것이 아닌, 사회와 사람들 속에서 익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현대적 의미의 공동체적 사랑을 강조합니다. 안도현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는 서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운 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조병화 시인의 ‘9월의 시’는 지나온 여름을 무거움으로 기억하고, 그 무게마저도 가볍게 받아들이는 성찰의 시간을 보여줍니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라는 반복 구절은, 기억의 의미와 존재의 유한성을 강하게 환기시키며,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로 옮겨가는 ‘인생의 이행기’를 표현합니다. 철학적인 여운과 계절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시입니다.
나도 한때 꽃으로 피어
예쁜 잎 자랑하며
그대 앞에 폼 잡고 서 있었지꽃이 졌다고 울지 않는다
햇살은 여전히 곱고
초가을 여린 꽃씨는 아직이지만꽃은 봄에게 주고
잎은 여름에게 주고
낙엽은 외로움에게 주겠네그대여!
빨간 열매는 그대에게 주리니
내 빈 가지는 말라도 좋겠네
사랑하는 사람이여!
강산에 달이 뜨니
달빛에 어리는 사람이며!
계절은 가고 또 오건만
가고 또 오지 않는 무심한 사람이여!내 당신 사랑하기에
이른 봄 꽃은 피고
내 당신 그리워하기에
초가을 단풍은 물드는가낮과 밤이 뒤바뀐다 해도
동과 서가 뒤집힌다 해도
그 시절 그 사랑 다시 올리 만무하니
한 잎의 사연마다 붉어지는 눈시울차면 기우는 것이 어디 달뿐이랴
당신과 나의 사랑이 그러하고
당신과 나의 삶이 그러하니
흘러간 세월이 그저 그립기만 하여라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보일 듯 말 듯 피었다가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인
혼자만의 몸짓이고 싶네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머 구름으로 살다가
들꽃 향기에 실려 오는 바람의 숨결
끝내 내 이름은 몰라도 좋겠네꽃잎마다 별을 안고 피었어도
어느 산 어느 강을 건너왔는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네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
이채 시인은 개인의 감성과 존재에 대한 성찰을 섬세하고도 서정적인 언어로 풀어냅니다. 특히 중년의 삶과 가을의 감성이 어우러지는 ‘중년의 가슴에 9월이 오면’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무게를 절절히 표현합니다.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는 존재의 의미를 ‘이름 모를 들꽃’에 투영하며 겸허하고 고독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산이 그냥 산이지 않고
바람이 그냥 바람이 아니라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약속이 되고 소망이 되면
떡갈나무잎으로 커다란 얼굴을 만들어
우리는 서로서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손내밀면 잡을만한 거리까지도 좋고
팔을 쭉 내밀어 서로 어깨에 손을 얹어도 좋을 거야
가슴을 환히 드러내면 알지 못했던 진실함들이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산울림이 되고 아름다운 정열이 되어
우리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들을 맘껏 눈에 담겠지우리 손잡자
아름다운 사랑을 원하는 우리는
9월이 만들어놓은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약속이 소망으로 열매가 되고
산울림이 가슴에서 잔잔한 울림이 되어
하늘 가득히 피어오를 변치 않는 하나를 위해!
오광수 시인의 시는 자연을 매개로 한 소통과 사랑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떡갈나무잎으로 커다란 얼굴을 만들어”라는 표현은 자연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의 언어로 바꾸는 시인의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약속, 사랑, 소망, 변치 않는 것에 대한 갈망이 9월 하늘만큼이나 푸르게 펼쳐지는 시입니다.
9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은 오르고
고단하지 않는 피로에
눈이 무겁고미완성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 되는 그리움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의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목필균의 ‘9월’은 다른 시들이 자연과 감성에 집중하는 데 반해, 신체적 고통과 그리움, 내면의 불균형을 묘사합니다. 특히 ‘미완성된 초상화’,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 등의 비유는 자아의 불완전함과 성장의 고통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이 시는 단순히 계절을 노래하지 않고 인간 내면의 고통과 치유되지 않은 상처까지도 9월의 정서로 녹여냅니다.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코스코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코스코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오세영 시인의 9월은 코스모스를 중심으로 한 생사와 존재의 성찰이 담긴 시입니다.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이라는 표현은 9월을 존재론적 사색의 시기로 봅니다. 코스모스가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숙, 기다림, 순환, 이 모든 단어가 교차하는 계절, 그것이 오세영의 ‘9월’입니다.
하늘이 하늘만큼 높아 그래서요
아리랑 아이리랑 구월을 꽃피워요
죽으면 안 되니까요 코스모스 피워요국화꽃피워봐요 구하고 싶어서요
꽃이랑 꽃이랑요 모두를 구하고파
모두를 살려달라고 노오랗게 피워요마지막 이별이라 아리랑 아라랑
늦어도 한참 늦어 서둘러 피워요
늦어도 한참 늦어도 꽃이라면요 모두요
이영지 시인의 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절박한 생명력의 언어입니다. “죽으면 안 되니까요 코스모스 피워요”라는 구절은 살고자 하는 의지와 시적 간절함이 가득합니다. 꽃을 피워 ‘구하고 싶다’는 표현은 생존의 시이자 가장 인간적인 호소입니다. 이는 단순한 계절의 노래가 아니라, 생명의 확언입니다.
9월은 여름의 잔상과 가을의 전령이 겹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인들이 이 시기를 특별하게 여기고, 내면의 깊은 감정을 시로 토해냅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상실을, 또 누군가는 삶의 찬란함을 이야기합니다. 이들 시편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서도 자신만의 9월을, 자신만의 가을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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