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활발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2020년대 들어 각종 기업들의 내부 분위기와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창구로 자리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례가 바로 현대자동차 밈의 탄생입니다. “킹차(현대자동차)”, “갓무직(사무직)”, 그리고 시대의 유행어가 된 “어이 청진기”에 이르기까지, 이 밈들은 현대차라는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어떻게 재창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키워드들입니다.
2020년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초였습니다. 현대자동차 사무직에 재직 중이던 한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깁니다.
“학벌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 공부할 수 있을 때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다 하라고 말씀해 주신 부모님 덕분에 그래도 매 순간 자신감 있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부모님.”
자기 반성과 감사가 담긴 진중한 글이었지만, 이 글은 의도치 않게 블라인드 밈의 불씨가 됩니다. 타 기업 사용자들의 질문과 조롱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말이 바로 **“킹차갓무직”**입니다.
다소 과장된 자부심에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유쾌한 비틀기를 시도했고, 밈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수협은행 직원이 “어느정도 학벌이길래 이런 글 쓰는 거야? 궁금해서”라는 댓글을 달자, 현대차 직원은 다음과 같이 응수합니다.
“음… 현차 사무직이야. 답이 좀 됐으려나?”
이 한 줄의 반응은 묘한 여운을 남기며 밈의 화력을 더욱 강하게 했습니다. 현대차 직원들의 자신감은 때론 도발적으로, 때론 농담처럼 받아들여지며, 현대차 사무직은 블라인드의 상징적인 계급으로 격상됩니다.
이후 현대차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킹차갓무직’이라 자칭하며 밈을 소비하기 시작했고, 다른 기업 직원들과의 밈 전쟁이 본격화됩니다.
2023년 블라인드에는 현대차의 성공을 찬양하는 글이 또다시 올라왔고, 이에 한 의사로 보이는 사용자가 조롱하는 뉘앙스로 댓글을 답니다. 이에 글쓴이는 다음과 같이 응수합니다.
“어이 청진기.”
이 짧은 문장이 또 하나의 불꽃을 일으킵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청진기로 상징화하여 직군에 대한 조롱 또는 상호도발의 도구로 삼은 것입니다. 마치 “어이 안경”, “어이 운동화”처럼 특징으로 정체성을 부르는 인터넷 드립의 일종입니다.
결과적으로 “어이 청진기”는 현대차 밈의 확장판이자, 의사 직군에 대한 패러디이자, 블라인드 밈 문화의 정점을 찍은 사례로 남습니다.
이제 현대차 밈은 현대차 내부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LG화학 직원이 블라인드에 “엘화 타이틀에 기 안 눌리고 나 만나볼 여자 있어?”라는 글을 남기자, 누군가가 남긴 댓글 한 줄이 모든 걸 정리합니다.
어이 바때리
조용히 해라 부품아 -현대모비스 계열사도 가차 없는 킹차
“어이 바때리.”
배터리 기업 LG화학을 조롱하며 붙인 별칭이자, ‘현대차의 짝퉁’으로 보는 시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이 표현 역시 대중적으로 퍼지며, 현대차가 밈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각인시켰습니다.
밈은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움짤, 영상, 댓글놀이로 확장됩니다.
예시:
“킹차갓무직”과 “어이 청진기”는 단순히 재치 있는 말장난을 넘어, 기업문화와 직장인의 자의식을 반영하는 하나의 사회문화 현상입니다.
이런 밈은 다음과 같은 트렌드를 만들어냅니다:
다만, 조롱과 자부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은 여전히 유효하며, 밈의 소화력은 개인과 커뮤니티의 역량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블라인드라는 특수한 커뮤니티 안에서 만들어낸 “킹차갓무직”, “어이 청진기”, “어이 바때리”, “부품아 조용히 해라” 등의 밈은 단순한 유머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젊은 세대 직장인의 자의식, 조직 자부심, 인터넷 문화의 유연함이 만나 만들어낸 현상이며, 이는 앞으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소속감의 마케팅’ 혹은 ‘커뮤니티 브랜딩’이라는 관점에서 귀중한 참고 사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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